이 광고의 성공전략(네이버-세상은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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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소통하며 함께 자라는 공간 |
이민영 기자 | ||||||
압도적 시장점유율로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네이버.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세상 은 자란다’ 캠페인은 1위 브랜드로서의 자신감을 겸손함으로 치환해 표현하였다. 자사의 서비스나 장점을 부각시키 는 대신, 네이버 이용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것. 플랫폼인 네이버를 통해 가치를 창출 해내는 것은 결국 이용자들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인데, 이로써 네이버는 사람의 체온으로 훈훈한 공간이자 세상 을 키워가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서의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지 식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네이버가 아니라, 바 로 일반 이용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 상은 자란다’ 캠페인이 주목한 것은 바로 ‘사람’이었 고,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내는 가치’를 주 제로 삼았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사 브랜드를 전면에 강력히 부각시키지 않은 ‘겸손함’의 이면에는 네이버 가 곧 인터넷을 대표한다는 1위 브랜드로서의 자신 감이 숨어있다. ‘세상은 자란다’ 캠페인은 네이버의 어느 특정한 서비스를 언급하는 대신 ‘인터넷’이 사 람을 어떻게 이롭게 하는가를 표현함으로써 네이버 라는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정보의 존중과 공유와 확산이라는 인터넷의 가치를 대 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의 역 할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세상은 자란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방송된 광고는 총 다섯 편이다. 두 편의 론칭 광고는 지식과 정보, 노하우의 교환을 테마로 제작되었다. 구체적으로 는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를 소재로 삼았다. ‘당 신은 내게 젖니 빼는 법을, 조미료 없이 국물 맛 내는 비법을, 사진이 예술로 나오는 등대를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답례로 천기저귀 접는 법과, 강남역에서 가 장 붐비지 않는 지하철 칸과, 설악산 첫눈 소식을 들 려주었습니다.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자랐습니다.’ 라는 카피가 보여주듯, 론칭 광고는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익명의 지식 및 정보의 교환을 다루되,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게끔 표현했다. 동시에, 별 것 아닌 것 같은 지식도 사실은 소중한 의미를 지 닌다는 점을 그렸다. 인터넷 혹은 네이버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 중 하나는 ‘잡스런 지식’의 창고라는 것이다. 물론, ‘젖 니 빼는 법’과 같은 소소한 노하우는 잡스런 지식에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성 되고 공유되고 활용되는 맥락을 고려해보면 이야기 가 달라진다. 그 노하우는 누군가가 경험을 통해 체 득한 소중한 것이고, 공유되었을 때 다른 누군가의 삶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는 고마운 정보라는 사실, 그것이 이 광고가 표현하고자 했던 바다. 다음으로 집행된 ‘남산타워’ 편은 소비자들의 블로 그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오랜 세월 같은 자 리를 지키고 있는 남산은 89년 5월, 3학년 1반 여고 생들이 단체미팅을 가졌던 장소이자 98년 9월 샛별 유치원의 가을소풍지였고, 81년 5월 승훈이가 첫 나 들이를 갔던 곳이기도 하다. ‘남산’이라는 동일한 소 재에 대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추억과 느낌을 가 지고 있는데, 하나같이 소중한 의미를 지니는 이러 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곧 네이버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마음을 전하다’ 편은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를 그렸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손으로 정성스레 쓴 편 지, 음악을 녹음해 전해주던 카세트테이프는 이제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마음을 전 하는 형식이 달라졌을 뿐 따뜻한 마음 그 자체는 변 함이 없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의사소통을 인 터넷에 의존하게 되면서 사람과 사람 간의 친밀했던 관계가 멀어지고 차가워졌다는 인식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광고다. ‘남산’ 편과 ‘마음을 전하다’ 편 광고는 실제로 일 반인들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려진 콘텐츠로 제작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상은 자란다’ 캠페인은 네이버가 제공하는 정보나 서비스를 강조하는 대신 그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캠페인 슬로건인 ‘세상은 자란다’ 역시 마찬 가지 배경에서 탄생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자신 의 일상을 시시콜콜 적어놓기도 하고, 요리법을 단 계별로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올려놓기도 한 다. 게시판이나 지식인에 누군가가 질문을 올려놓 으면, 다른 누군가가 와서 친절히 답변을 달아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무언가를 게재하고, 궁금한 것을 묻고, 질문에 답변하는 궁극적인 목적 은 무엇일까? 캠페인은 그것을 ‘성장(Growing)’이 라고 규정한다. 어떤 초보엄마가 아기 젖병 소독하 는 방법을 질문하는 것은 곧 엄마로서 발전하기 위 해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누군가 답 변을 달아주는 것은 똑같이 성장의 과정을 겪는 동안 체득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행위이며, 이로써 초 보 엄마의 성장에 작은 밑거름을 제공해 주는 셈이다. 또한, 블로거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인터넷에 게재함으로써 스스로가 자라가는 모습을 기록하 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이용자들의 모든 활동에서 ‘성 장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의 총체적 결과로 ‘세상은 자란다’는 것이다. 네이버 캠페인은 ‘덕분에 세상은 조금 더 자랐습니 다(가까워졌습니다, 따뜻해졌습니다, 즐거워졌습 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정작 자신은 한 발 뒤로 물러 난다. 이용자 덕분에 네이버가 자란 것도, 네이버 덕 분에 세상이 자란 것도 아니다. 이용자들 덕분에 세 상이 자랐다는 메시지다. 이처럼 ‘세상은 자란다’ 캠페인은 네이버가 아닌 네 이버의 이용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으며, 모든 공을 이용자에게 돌린다. 이용자들이 세상을 키우고 있 을 때, 네이버는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는 막후의 조 력자 역할을 담당한다. 광고 전면에 자신을 과시하 지 않고 살며시 숨김으로써 오히려 그 자신감과 존 재감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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