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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Trend

블랙베리, 한국에서도 뜰까?

by coolmelon 2007. 4. 17.
블랙베리, 한국에서도 뜰까?

박민우(디아이지커뮤니케이션 이사) 2007/04/13
블랙베리? 블랙잭?
3월30일 오전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뜬금없이 “블랙베리”가 올라오면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블랙베리”가 이슈가 된 이유는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블랙잭”이라는 스마트폰 단말기가 미국에서 1사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였고, 스마트폰 서비스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블랙베리”에 대해서 소개를 한 조선일보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블랙잭”은 삼성전자 단말기 브랜드인 것은 알겠지만, 도대체 “블랙베리”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일반인들이 네이버 지식 검색에 조회를 하기 시작하면서 30일 오전 내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덕분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작년 6월부터 블랙베리 사업을 시작한 KT파워텔은 그 동안 지지부진한 사업이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조차 못한 블랙베리가 왜 세계적으로 그렇게 유명해 졌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전에 미국 무선 시장에서 왜 블랙베리가 성공할 수 있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미국 네티즌 34%가 무선으로 e메일 확인
인터넷이 미국인에게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비영리 조사단체인 “퓨 인터넷 &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 인터넷 사용자들의 34%가 와이파이(WiFi)와 같은 무선랜 또는 CDMA 이동통신망을 통해서 휴대 단말기를 사용하여 무선으로 e메일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집계되었다. 34%면 자그마치 인터넷 사용자 3명중에 한 명은 무선인터넷 환경에서 메일을 사용하고 있다는 수치이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환경에 블랙베리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네티즌의 25%는 무선인터넷이 되는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13%는 무선인터넷이 지원되는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에서 휴대폰 사용자의 54%, 스마트폰 사용자의 56%가 집밖에서 e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에 접속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구글폰, 애플폰의 경우 실제 경쟁상대는 기존 메이저 휴대폰 제조 업체가 아니라 오히려 블랙베리라는 주장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2003년 북미지연 대규모 정전사태에서 유선인터넷은 마비가 되어 대부분의 기업업무가 중단되었지만 블랙베리 사용자들은 별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동작을 했다고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정부 주요부서 담당자에게 비상연락망으로 블랙베리를 사용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단순히 과거의 에피소드에 국한 된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블랙베리는 전세계 60개국에 700만 명의 유료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기마다 100만 명씩 사용자가 증가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블랙베리의 성공요인
전문가들은 블랙베리의 성공요인을 크게 2가지로 보고 있다. 철저한 “타깃 마케팅”이 그 첫 번째 이유다. 처음 판매 시점부터 일반인 대상의 서비스를 포기하고 기업용 서비스를 타깃으로 하여, 기업용 업무에 꼭 필요한 기능만을 탑재하여, 그 성능을 최대화 하였다. 예를 들면 기존의 PDA 형태에서 무게를 줄이고 얇고 가볍게(울트라 에디션이 판치는 우리 눈에는 그리 얇게 보이지는 않지만) 만들어 배터리 시간을 늘려서 장시간 외부에 있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기업인들이 외부에서 업무처리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e메일 기반 서비스를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기존 e메일 서비스가 지원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일일이 인터넷접속을 시도하여 메일을 가져오는 방식이었다면 블랙베리는 메시징 서버를 통해서 e메일이 도착했을 경우 자동으로 수신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였다. 두 번째 이유로는 메일 내용 확인은 기본이고 첨부파일까지 볼 수 있는 “픽셀뷰어” 기능을 내장하여 다양한 문서 파일을 블랙베리 단말기에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미국의 증권 회사, 보험 회사, 컨설팅 회사의 직원들한테는 필수 기기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환경은 60개국에 전파되어 이제 미국의 블랙베리 사용자들은 유럽 어디에 가더라도 동일한 서비스를 로밍 또는 임대를 통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미국 비즈니스맨들의 필수품이 된 블랙베리 서비스 시장에 삼성전자가 도전장을 던진 지 5개월 만에 50만대 판매고와 더불어 2007년 1사분기 판매량에서 1위를 차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美 셀룰러통신산업협외(CTIA) 차세대 무선통신기술 어워드에서 “최고 스마트폰”으로 까지 선정되었으니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위부터 4위까지가 블랙베리 제품군 시리즈임을 감안하면 1위의 가치가 더 높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 정도로 미국시장에서 블랙베리 스타일의 단말기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만 국내 시장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

2006년 6월 블랙베리 국내 상륙
국내시장의 경우 작년 6월에 KT파워텔을 통해서 처음으로 TRS망을 이용하여 블랙베리 서비스가 시작되었지만 현재 가입자는 1,000여명에 불과하며, 그나마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외국계 컨설팅 또는 금융회사에 파견 나온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문화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싼 단말기 가격과 비싼 요금제를 들 수 있다. 단말기 가격의 경우 별도 보조금 제도가 없으면 70만 원대 가격 수준이며, 요금제 또한 가장 싼 요금제의 기본료가 55,000원부터 시작한다. 특히 국내 모바일 사용자의 경우 문자메시지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무선 환경에서 e메일 사용에 대한 욕구가 높지 않다. 특히 이동통신사가 아닌 TRS 사업자인 KT파워텔의 경우 다양한 결합상품을 만드는데 제약이 많기 때문에 탄력적인 요금제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부분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만약 SK텔레콤이나 KTF가 블랙베리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상황은 또 다를 것이다. 특히 HSDPA망에서 데이터요금 정액제와 3.5G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지급까지 지원된다면 가격적인 측면이나 이동통신사의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시도해 볼만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작년에 SK텔레콤에서 블랙베리 사업을 추진하려고 시도하였지만 어이없게도 “위피 사용 의무화 고시”에 위배되어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국내에서는 한동안 이동통신사를 통해서 블랙베리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KT 와이브로 통합 메일 서비스
4월3일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KT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를 보면 재미있는 기능 중에 하나가 통합메일 기능이다. 19,000원 데이터 정액제 기반에서 국내 5개 포탈의 웹메일과 대부분의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POP3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은 와이브로 서비스 자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B2C사업에 국한되어 있지만 기능만으로 본다면 기업용 서비스에 활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물론 블랙베리 같이 Push형 e메일 알림 방식이 아니라 아웃룩 같이 지정된 시간에 메일을 가져오는 수준이지만, 국내 e메일 사용자들이 메일에 대해서 실시간성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에 참고 사용할 만한 수준이며, 윈도 모바일 5.0기반 애플리케이션이다 보니 MS 오피스 기반의 첨부파일의 경우 자연스럽게 뷰잉이 가능해 진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보조금 지급을 통해서 블랙베리 단말기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단말기 가격과 데이터 요금 정액제를 통한 싼 요금제 덕분에 무선환경에서 다양한 메일 서비스를 받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용 시장에서 블랙베리와 대결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 특히 기업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보안 POP3 (SSL-POP3)나 MS 익스체인지 메일, IBM 노츠 메일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블랙베리와 같이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통해서 기업 내 메일 서버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들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국내 무선 e메일 시장에 대한 전망
10대 인터넷 사용자들은 e메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메신저, 쪽지, 문자 등 이미 너무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e메일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업의 경우 아직도 상당 부분을 e메일에 의존하고 있다고 볼 때, 국내도 점차적으로 무선 e메일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문자와 음성통화를 통해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많은 양의 정보와 대화를 주고 받기 위해선 건당 과금이 이루어지는 문자메시지나 종량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음성통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무선 e메일 사용자에 대한 수요는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결국 무선 e메일 시장은 블랙베리와 같이 철저하게 기업용 서비스로 타킷 마케팅이 필요하며, 와이브로 서비스 출시와 더불어 다양한 스마트폰들이 출시하게 되겠지만, 아직 블랙베리 수준의 e메일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할 경우 향후 스마트폰 중심의 무선 e메일 시장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물론 KT파워텔이 블랙베리 서비스 요금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시장의 니즈를 감안할 경우, 사용자 인식의 변화와 저렴한 요금제가 확충된다면 국내에서는 제 2의 블랙베리 신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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