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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트렌드

마케팅 3.0 `영원한 위기의 시대…기업이 사는 법은`

by coolmelon 2009. 6. 27.

'마케팅의 아버지' 코틀러가 던진 8가지 화두
대격동의 시대, 소비자의 영혼에 호소하라

거장(巨匠)의 눈은 세계 경제에 드리운 불황(不況)의 장막, 그 이면(裏面)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불황(recession)은 언젠가 회복되기 마련이지요. 경기(景氣)는 사이클(cycle)이니까요. 타이밍이 문제이긴 하지만…."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78)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집게손가락으로 탁자에 상승과 하강이 반복하는 그래프를 그리며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단순한 사이클이 아닙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것, 바로 격동(turbulence)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격동이란 마치 비행기가 난기류에 휩싸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돌발사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쇼크가 앞으로 더 자주, 더 예리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이 이를 재촉합니다. 따라서 불황이 끝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CEO가 밤잠을 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24시간 곱하기 7일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시대는 이전과는 판이하다. 격동의 발생이 일상화돼 '새로운 보편성(new normality)'이 된 시대, 즉 영원한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 거장의 냉엄한 현실 진단이었다.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마케팅, 나아가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들에게 코틀러 교수는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비즈니스 구루(guru) 1위에 오른 게리 해멀(Hamel)이 코틀러 교수에게 바친 헌사(獻辭)를 들어보자.

"MBA 졸업생 중 그의 박학다식한 책을 읽느라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또 대부분 그런 고된 과정 속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기업들에게 그의 저서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준 책도 없다." (2008년 9월 이코노미스트지)

코틀러 교수는 2001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랭킹에서 잭 웰치와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다음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비즈니스 구루 6위에 올랐다.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명'에 꼽히기도 했다. 특히 그가 1967년 서른여섯 살에 펴낸 〈마케팅 관리(Marketing Management)〉는 모두 13차례 개정판이 나오며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경영학 교과서로 쓰인다.

최근 한국능률협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코틀러 교수는 따끔한 충고를 던지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많은 기업의 CEO와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상황, 또 수요가 감소하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 이렇게 이분법적 시각으로 시장을 봅니다. 이는 아주 구닥다리 방식이에요. 지금은 9·11 테러가 발생하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려오고, 곧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연이어 덮치는 상황입니다. 이를 구태의연한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필립 코틀러 교수 /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코틀러 교수는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가격을 낮추고, 비용을 줄이며, 신규 투자를 연기하는 식의 전통적인 불황 대응 전략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신기술의 탄생이나 법·제도의 변화, 금융시스템 붕괴 같은 격동을 재빨리 감지할 수 있는 공식 조직을 가동해야 합니다. 바로 조기 경보 시스템이죠. 또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시나리오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고,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를 순발력 있게 가동해야 합니다."

코틀러 교수는 이를 혼돈에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의미에서 '카오틱스 모델(Chaotics model)'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기가 일상화된 이 시대에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코틀러 교수는 8가지 화두(話頭)를 던지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한때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던 스타벅스가 왜 요즘 어려움에 빠졌을까요? 콜게이트치약과 메이필드호텔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또 불황으로 문을 닫는 병원들이 속출하지만, 메이요클리닉에는 왜 환자들이 몰릴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다 보면, 기업들의 성공 비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위기가 닥치면 누구나 움츠러들기 마련이지만, 그들에게 꼭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하면 안된다! (Don't do nothing!)'가 그것이다.

"지금 당장 무얼 할까 고민하기보다 5년, 10년 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때 지금을 되돌아보면서 '우리의 꿈이 무엇이었나'라고 하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세요. 지금의 의사 결정이 5년, 10년 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를 향해 마음을 열어 놓으세요."

필립 코틀러 교수


여든 살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신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온 열정도 엿보였다. 노학자는 '영원한 현역'을 외치고 있었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일흔여덟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 주름이 적었고, 몸도 탄탄해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호텔 레스토랑의 전망 좋은 창가 자리를 준비했더니,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며 구석 좁은 곳으로 옮겨 갔다. 주문한 카페라테가 앞에 놓이자 그는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면서 1시간20분간의 인터뷰를 시작했다(우리는 다음날 3시간에 걸친 강연회를 통해 그를 다시 만났다).



①스타벅스는 왜 매력을 잃었나?

―2년 전 인터뷰(Weekly BIZ 2007년 8월 11일자)에서 스타벅스를 가장 스마트한 기업으로 꼽았던 걸 기억하시는지요? 하지만 요즘 스타벅스는 많이 어렵습니다. 당시 교수님의 평가가 틀렸던 건가요?

"그때 스타벅스의 사업 모델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사무실과 집의 중간쯤 되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요. 친구들과 노닥거리면서 비싸지만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책을 보고 일을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뒤, 특히 경기 침체가 시작되는 시점을 전후해 스타벅스는 중요한 실수들을 하게 됩니다. 그 원인들을 분석해 보면, 격동의 시대에 성공의 비결과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지요."

―교수님께서 발견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상황이 변했습니다. 바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죠.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 같은 경쟁사가 질 좋은 커피를 내놓은 것입니다. 매장도 완전히 고쳐서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게 됐어요. 그때도 스타벅스는 아마 '햄버거나 파는 맥도날드가 우리를 위협하겠어?'라고 자만했을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출현이라는 일종의 격동(turbulence)을 만났는데,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전의 성공에 도취돼 혁신을 소홀히 했습니다. 매력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았고, 기존 제품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았어요. 초기의 창업 정신도 희석됐습니다. 예전엔 직원들이 고객 이름을 직접 친근하게 부르며 맞이했는데, 이젠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기계적으로 주문을 받아 커피를 건넬 뿐입니다. 또 에스프레소 머신을 많이 들여 놓으며 아늑함은 점차 사라지고, 소음만 늘었어요. 사람들은 결국 '저렇게 긴 줄에 들어가서까지 사 먹어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성공이 결국 실패 원인이 된 것입니다. GM의 몰락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GM은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GM은 자살한 셈입니다. 너무 편협한 시야를 가지고 있었고, 또 너무 자만했어요. 그래서 자기 눈을 가리고 있었어요. 예전엔 대형차를 만들어도 잘 팔렸습니다. 예전부터 소형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충 만들었지요. 정부가 연비(燃費) 기준을 높이려고 하면 로비하기에만 급급했어요.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유회사와의 관계에 더 신경을 썼어요. 이런 것이 기업의 체질이 되고,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코틀러 교수는 잠깐 말을 쉬더니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Collins)의 최신작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망하는가(How the Mighty Fall)〉를 한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 책은 기업이 망하는 과정을 5단계로 요약했다. 즉 성공에 대한 자만심→무절제한 성장→위험 신호 무시→무분별한 회생 방안→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 단계로 이어진다.

―지금 GM처럼 존폐의 위기에 몰렸거나 스타벅스처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는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닛산(Nissan)을 수술한 카를로스 곤(Ghosn)처럼 GM의 낡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즉 변화의 동인이 되는 사람(change agent)이 필요합니다. 둘째,브랜드가 관리되어야 합니다. 제가 만약 GM의 CEO라면 경쟁력 없는 어중간한 브랜드는 모두 정리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핵심역량을 찾아 구조를 개편(recomposition)하는 것입니다. GM은 자기의 사업을 승용차 제조로만 국한하면 안 됩니다. '대중의 교통수단을 개선하는 회사'로 회사의 사명(mission)을 재정의하고, 버스나 기차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②남성복 업체 조셉 뱅크는 불황기 소비자의 지갑을 어떻게 열었나?


―그럼 요즘 같은 불황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미국에 조셉 뱅크(Jos.A.Bank)라는 남성복 업체가 있어요. 이 회사는 최근 양복 구입자가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잃으면 최대 199달러까지 돈을 돌려주고, 양복도 돌려받지 않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그 양복을 입고 직장을 구하라는 뜻이지요. 이 캠페인 후 매출이 꽤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가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마케팅이네요?

"맞습니다. 현대차의 마케팅도 성공적이지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needs)입니다. 격동의 시기가 닥치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니즈가 생깁니다. 실직(失職)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그런 겁니다."

―실직의 공포 이외에 다른 새로운 수요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자동차 회사의 CEO라면 이런 것도 한번 해보겠어요. 지금 구매한 차의 가격이 나중에 떨어지면, 그 차액을 보상해 주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불황이 지속될 경우, 상품 가격이 나중에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매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런 니즈를 파고드는 것이지요."

그는 강연에서 경기 침체기에 기회를 거머쥔 기업의 예로 멕시코의 한 호텔을 꼽았다. 신종 플루로 관광객이 줄어들자 이 회사는 색다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호텔에 투숙한 뒤 신종 플루에 감염된 고객에게는 앞으로 3차례의 휴가 패키지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③미국 환자들이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몰리는 이유는?

―새 수요를 파악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미국 종합병원 중에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 있습니다. 이 병원은 환자가 오면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과 과학자, 헬스케어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진료를 합니다. 환자는 다각적인 진료를 한번에 받을 수 있지요. 이런 장점 때문에 돈 있는 환자들이 이 병원에 몰리고, 불황에도 타격이 거의 없지요."

메이요 클리닉의 핵심 가치는 '고객이 최우선(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이다.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72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4.3% 정도 성장했다.

―서비스의 품질이 경쟁력이군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것이지요. 예전엔 의사는 자신의 진료실에 있고, 환자가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여러 의사들이 함께 들어오면 시간도 줄어들고 훨씬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지요.

가격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맥도날드는 기존 햄버거의 반값 수준인 타코(멕시코식 샌드위치) 메뉴를 출시해 햄버거 살 돈조차도 없는 사람을 끌어들였어요. 반면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햄버거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층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맥도날드 매출이 작년보다 6~7% 정도 늘었어요."



④콜게이트치약과 메리어트호텔의 공통점은?


―불황에는 역시 저가(低價) 제품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가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합니다. 불황 이후도 생각해야지요. 그런 점에서 콜게이트치약과 메리어트호텔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인가요?

"콜게이트치약의 가격은 1.3달러부터 5.5달러까지 다양합니다. 이번 경제위기로 4~5달러대 고가 제품의 매출은 줄었지만, 중저가 제품은 늘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호황이 오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겠지요. 메리어트호텔도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 체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리어트호텔의 하룻밤 객실료는 200달러 정도입니다. 하지만 같은 호텔 체인인 코티야드호텔의 객실료는 120달러 수준입니다. 이것도 비싸다면 80달러짜리 페어필드인으로 가면 되지요.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 호황과 불황에 모두 대비할 수 있고, 그만큼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⑤벽돌과 시멘트로도 차별화할 수 있다고?


―일반 소비재가 아니라 다른 기업에 물건을 파는 B2B 회사들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나요?

"멕시코의 세계적인 시멘트 기업 시멕스(Cemex)를 볼까요? 시멘트를 마케팅한다는 게 좀 우습게 들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이 회사는 이런 선입견을 깼습니다. 이 회사는 멕시코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땅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도와주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도도 제공하고, 벽돌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멕스는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B2B 마케팅에 성공한 다른 사례도 있나요?

"미국에서 건설용 벽돌을 만드는 아크미 벽돌(Acme Brick)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이 회사는 자신들이 생산한 벽돌에 대해 100년간 보증을 해줍니다. 100년 동안 만약 벽돌에 하자가 생기면 적절히 보상해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증서를 집주인에게 주지요. 그런데 실제 벽돌에 문제가 생겨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는 적다고 합니다. 결국 아크미 벽돌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튼튼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지요."



⑥불황기엔 줄여야 한다. P&G는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줄였나?


―위기가 닥치면 기업은 움츠러들게 됩니다. 비용 절감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요?

"가장 잘못된 것은 전 부서에 대해 일률적으로 예산을 20% 삭감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부서장은 또 각 팀장에게 무조건 20%씩 깎으라고 하지요.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의 장점과 강점을 없애게 됩니다. 무서운 일이죠. 최근의 한 연구를 보면 불황기를 맞아 전면적으로 지출을 삭감한 기업의 약 48%가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빼앗겼거나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부분이 불필요한지를 가려 내야 합니다. 마케팅 비용이 너무 높은지, R&D 비용이 너무 많은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죠. 이전의 관행을 모두 무시하고 제로 베이스 예산 편성(zero-based budgeting)을 하라는 겁니다."

―구체적 사례를 든다면?

"지난 2000년 A.G.래플리(Lafley) 회장이 P&G의 CEO 자리에 올랐을 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케팅 비용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았어요. 상품 구색이 지나치게 많았고, 현지화가 너무 과도해 제품 포장이 나라마다 다르고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까지도 다 달랐지요. 많은 기업이 로컬화하기를 바라지만, P&G는 도가 지나쳤던 거죠. 그 결정을 국가별 책임자들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래플리 회장은 원료 배합과 포장의 표준화를 추진했습니다. 제품의 종류도 줄였습니다. 세제라면 그에 들어가는 향(香)의 종류도 줄였습니다. 또 매출이 적은 브랜드는 과감히 포기해 세제(洗劑) 브랜드는 10여개에서 6개로 축소했지요. 그렇게 해서 전체 예산 중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25%에서 20% 수준으로 낮추었습니다."



⑦격동기 기업엔 왜 여성 임원이 더 필요한가?


―기업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를 빨리 감지해야 합니다. 어떤 노하우가 있나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방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원 포인트 레슨을 할게요. 당장 기업 임원진의 여성 비율을 높여 보세요."

―이유가 뭔가요?

"여성이 남성보다 주변 시야가 더 발달해서 위기를 빨리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퍼마켓에 가서 기저귀를 사오라고 한번 시켜보세요. 남성은 기저귀와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만 사서 올 겁니다. 하지만 여성은 이것저것 훑어보고,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살펴볼 겁니다. 2000년대 초 노르웨이는 대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했지요. 이건 성(性) 평등뿐 아니라 기업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조치입니다."



⑧ 왜 마케팅 3.0인가?

―교수님은 오랫동안 마케팅의 진화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 과정을 요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초창기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생각(mind)에 호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세제의 세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합리적이라면 품질 좋은 세제를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방식을 저는 '마케팅 1.0'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간 '마케팅 2.0'은 감성(heart)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이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당신도 세련된 패션리더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겁니다."

코틀러 교수는 궁극의 마케팅으로 '마케팅 3.0'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저는 지금 〈마케팅 3.0〉이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3.0'은 사람들의 영혼(spirit)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환경에 신경 쓰고, 사회에 대해 동정심을 보여주는 기업이라면 내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그냥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요즘의 소비자들입니다. 현명한 기업들은 그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마케팅 3.0' 입니다. 이런 기업이 되려면 품성(character)과 진정성(authenticity),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caring)을 조직의 DNA에 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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