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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광고물 표현과 초상권 그리고 저작권

by coolmelon 2009.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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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저작권
광고물 표현과 초상권 그리고 저작권
‘초상권’은 저작권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유명인을 모델로 상품판매를 촉진하는 경우가 많은 광고업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법적 문제 중 하나다. 초상권이란 ‘자신의 초상을 무단으로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인 동시에 ‘자신의 초상을 무단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 퍼블리시티권, 프라이버시권 및 명예훼손 등의 개념과 뒤섞이면서 광고 실무자들을 괴롭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광고 일러스트가 유명 드라마 캐릭터와 유사하게 그려져 소송에 이른 사례를 통해 광고에서의 초상권 문제를 짚어본다.

초상권(肖像權)이란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격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초상의 촬영 및 작성이 본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거나, 본인의 동의를 얻어 초상이 공표되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이용이 허용범위를 벗어난 경우, 초상의 공표가 명예훼손에 해당하거나 상업적으로 악용된 경우’에는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초상권, 인격권과 재산권 모두 아울러

이러한 초상권이 법률적 권리로서 처음 대두된 것은 독일에서였다. 독일에서는 1839년 세계 최초로 은판 사진술이 공표된 이래 약 40년 후에는 고감도 필름과 핸드 카메라가 개발되었고, 1890년대에 이르러서는 찍히는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촬영하는 사례가 빈발하였다. 이렇게 되자 1896년 베를린 고등법원의 케이스너(Keyssner) 판사에 의해 드디어 “초상권을 설정하여 이러한 행위에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사람은 동의 없이 자기의 초상을 촬영당하거나 그것을 무단으로 복제·공표당하지 아니한다.”는 구체적인 권리 내용이 제기되었다. 더 나아가 “예술가가 기억을 더듬어 초상화를 그리는 경우에도 동의를 얻지 않았다면 초상권의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곁들여졌다.
이후 독일의 초상권에 관한 법률적 개념은 유럽 각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으로 확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법률 분쟁의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오늘날 초상권은 본인의 동의 없이 용모·자태를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무단촬영 거절권)는 물론 촬영된 초상사진, 작성된 초상사진의 공표·이용을 무단으로 당하지 않고 또 무단으로 복제하지 못하게 할 권리(무단공표·이용 거절권, 무단복제 거절권), 그리고 초상사진을 무단으로 영리목적을 위해 사용당하지 않을 권리(상업적 이용 거부권)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초상권은 기본적으로 인격권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산권의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즉, 사람은 자기 초상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명예나 신용 등에 관련되는 인격적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상권이 인격권의 하나가 되는 한편, 자기 초상을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므로 이는 곧 재산권이라고 이해되는 것이다. 특히 유명인을 모델삼아 상품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광고업계로서는 어쩌면 초상권이란 가장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법적 문제라고 하겠다.
이러한 초상권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초상의 침해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요지의 판결이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은 한 제약회사가 자사의 위장약 광고에 당시 인기드라마의 주인공과 흡사해 보이는 삽화를 사용하면서 비롯되었다.

판례 : ‘임꺽정’ 광고사건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 1998.10.13.판결, 97나43323 손해배상
(1) 사건 개요
‘갑’은 모방송사에서 창사 특집으로 제작한 텔레비전 드라마 ‘임꺽정’의 주인공인 임꺽정 배역으로 출연했던 연기자이며, ‘을’은 의약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회사이다. 을은 1997년 2월 중에 10여 개 이상의 일간신문에 을이 제조한 위장약을 소개하는 전면광고를 게재하였는데, 이 광고에는 위 드라마의 주인공 ‘임꺽정’으로 분장한 갑의 특징적인 부분들을 모방한 삽화가 들어가 있었다. 즉, 머리띠를 묶은 이마, 덥수룩한 머리털, 턱수염, 콧수염과 짙은 눈썹 부분 등을 목탄 스케치로 유사하게 재현한 인물화가 삽입되어 있고, 그 위에 큰 글씨체로 “속 쓰린 세상 내가 잡는 다.”라는 광고 문안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한편, 위 광고가 일간지에 게재될 당시 그 소재가 된 드라마 ‘임꺽정’은 1996년 11월에 첫 방송이 나간 이래 꾸준한 인기를 누려 시청률이 평균 32.5% 정도였고, 연극배우 출신으로 무명 연기자였던 갑은 드라마가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각종 대중매체에서 주목받는 신인 연기자로 부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을이 제조한 위장약에 대한 위의 광고가 일간지에 게재되자 갑은 을이 자신의 승낙 없이 자신의 초상과 유사한 인물화를 광고에 사용함으로써 자기 초상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을은 이 사건 인물화는 갑의 초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림을 직접 제작한 삽화가가 스스로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분장하여 찍은 사진을 토대로 스케치한 것이고, 그 위에 역사 속의 실존 인물로서 이미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임꺽정 등 의적(義賊)의 특징적인 모습인 머리띠, 덥수룩한 머리털, 수염 등을 덧붙여 완성한 것이어서 갑의 초상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또 을은 광고 의뢰인에 불과하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우선 이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을이 게재한 위장약 광고에 사용된 인물화는 비록 갑의 실제 모습이나 사진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고 세부적인 묘사에서 갑의 모습과 서로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분장한 갑의 모습 중 특징적인 부분들이 대부분 표현되어 있어서 갑이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임꺽정’을 보았거나 갑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건 인물화를 보고 갑의 초상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을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사건 인물화를 직접 제작한 삽화가가 갑의 초상이 아닌 자기 자신의 초상을 모델로 하였다거나 역사적 인물의 널리 알려진 이미지를 그리고자 한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인물화를 제작한 사람의 주관적 의도가 어떠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을 뿐이고, 실제 완성된 인물화의 형상이 객관적으로 보아 갑의 초상과 동일시된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하였다.
특히 재판부에서는 직업의 성격상 유명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는 신인배우들의 모델로서의 가치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게 마련인 광고 관계자로서는 위 사실을 더욱 쉽게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제작이 완료된 광고를 신문에 그대로 게재할 것인지의 여부는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가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인 바, 을이 이 사건 인물화의 제작에 직접 참여한 일이 없다 하더라도 이 사건 인물화가 삽입된 위 광고의 광고주로서 이를 그대로 게재할 경우 갑의 초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그대로 게재하도록 승인했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위와 같은 근거에 따라 을에 소속된 광고 담당자들이 갑으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승낙을 구함이 없이 이 사건 인물화가 들어 있는 광고를 일간지 등에 그대로 게재한 행위는 갑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이므로 을은 위 광고 담당자들의 사용자(使用者)로서 갑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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