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워엔진’ 박지성(27)이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볼턴을 상대로 안방에서 프리미어리그 통산 10호 축포를 조준한다. 2007년 3월 17일 역시 홈에서 그가 처음으로 두 골의 ‘멀티 골’을 폭발한 상대가 볼턴이기에 그의 발끝을 주시하는 시선이 올드 트래포드로 집중되고 있다.
박지성이 지난 21일 넣은 첼시전 골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을 남긴다. 그 골은 여러 의미를 전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던 강팀을 상대로 한 골이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었고. 또 맨유에 입단한 이후 시즌별 골 기록에 비춰보면 새시즌 개막 이후 가장 이른 시기에 넣은 골로서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라는 멍에를 걷어냈다. 1-1 무승부로 끝나며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이 되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이 골로 2005년 8월 맨유맨으로 이름을 올린 이후 통산 9골(리그 8골)을 기록. 두자릿수 골도 눈앞에 뒀다.
맨유에서 4시즌동안 통산 86경기를 치르며 9골을 넣어 통계상 평균 9.6경기당 1골씩을 넣은 꼴이 됐다. 많은 이들은 부족한 골을 갈망하며 ‘산소탱크’ 박지성에게 화력까지 갖추길 바라지만.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서 넣은 골수로는 그리 적은 기록은 아니다. 특히 9골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골 궤적을 추적하다 보면 결정력에 대한 박지성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는데 적절한 답이 될 수도 있다. 첼시전 골로 ‘습격자’(marauder)란 별칭을 얻은 박지성 골의 비밀을 파헤쳐 보고. 더 많은 골 사냥을 이어갈 비전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시즌별로 특색있는 박지성 슛
맨유 입단 후 매시즌 박지성의 기록한 슛 분포를 보면 흥미로운 특징이 발견된다. 4시즌의 슛 위치는 대체로 페널티지역(PA) 내에 국한된다. 시즌별로 나타난 특징도 있다. 입단 첫 시즌인 2005~2006시즌 박지성의 슛은 PA내 좌우에 분산된 형태를 띤다. 첫 시즌에 45경기에 나서 그가 기록한 슛은 모두 30개. 유효슛은 15개로 그중 2골이 폭발했다. 출전경기에 비하면 슛은 너무 적었다. 또 골문 가까이에서 시도한 슛이 적어 골 도전에 소극적이었다.
2006~2007시즌은 ‘골이 적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적극성을 보였다. 20경기를 뛰며 34차례 슛(유효슛 15)을 날려 5골을 수확했다. 슛 성공률이 14.7%로 이전 시즌(6.7%)보다 배 이상 결정력이 향상됐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시도한 34개의 슛 위치가 PA 중앙으로 쏠렸다는 점. 골에 대한 욕심을 읽을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부상으로 중반 이후 합류한 2007~2008시즌부터 현재까지 모두 17차례 슛을 날려 2골(슛 성공률 11.8%)을 넣었는데. 슛의 위치는 PA 내에 골고루 분산됐다.
이같은 통계를 분석해보면 그의 슛 분포가 골문 가까이 몰리면 골도 비례해 많아지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그의 골수는 적극성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다. 또 그의 골은 PA내 페널티마크 부근에서 때린 슛에서 대부분 나왔다. 1골만이 아크에서 날린 슛으로 건졌고. 나머지는 PA내 중앙에서 수확했다.
◇속칭 ‘주워먹는 골’이 많다
골 그림에도 일정한 패턴이 드러난다. 우선 축구계에서 흔히 말하는 ‘주워먹는 골’이 많다. 동료가 날린 슛이 상대 선수 몸에 맞고 굴절된 것을. 혹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흐르는 공을 골로 만든 경우가 9골 중 4골이나 된다.(골그림 참조) 어감상 ‘주워먹는다’는 것은 그리 좋은 느낌을 전하진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골이 과연 우연에서 나온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KBS축구해설위원인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주워먹는 골’은 0.5골로 쳐야되는 양 얘기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많이 움직이고 적절한 위치선정에서 나오는 골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미어리그 현장을 돌며 축구연수중인 박성화 전 올림픽팀 감독도 “주워먹는다고 편하게 골을 넣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흘러나오는 공을 미리 예측하고 위치를 판단하는 능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 언뜻 보면 쉽게 보이지만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왜 그는 ‘습격자’(marauder)인가?
첼시전 골 이후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박지성에게 ‘습격자’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그의 골은 ‘습격자’로서 플레이 스타일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산소탱크’라는 별명처럼 쉼없이 뛰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적극성을 앞세워 순간적으로 상대 문전을 파괴한다. 문전에서 한발 더 뛴다. 넘어져서도 남보다 더 빨리 일어난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운 공간으로 침투한다. 그런 파괴적인 문전 기습침투는 첼시와 빅매치에서 마침내 골로 결실을 맺으면서 ‘습격자’란 평가를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런 습격은 몇몇 골에서도 드러난다. 크로스를 예측하는. 선행된 문전 쇄도에서 나온 골이 9골 중 3골이나 된다. 2006년 4월 아스널전 골은 루니의 크로스를 향해 문전 쇄도해 넘어지면서 오른발을 갖다대 넣었고. 지난해 2월 찰턴전 골은 에브라가 날린 크로스의 궤적을 쫓아 문전 쇄도하며 점프 헤딩슛으로 연결해 폭발했다. 지난 3월 풀럼전 골은 마찬가지로 스콜스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며 성공시켰다.
◇중거리슛이 적고 직접 만드는 골이 부족하다
그러나 전문 골잡이로 평하기엔 단점도 있다. 일단 그가 슛이 대단히 좋은 선수는 아니다. 맨유에서 중거리슛을 시도하는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고. 실제로 골이 된 적도 없다. 박 감독은 “움직임이 좋지만 파워 슛을 하는 선수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형적인 공격수처럼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개인 능력에 의해 골은 만드는 모습도 없었다. 공격적인 드리블로 수비 한두 명을 제치고 직접 만드는 골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박 감독은 “측면 미드필더로 지난 시즌 유럽 득점왕에까지 올랐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는 특별한 케이스다. 그렇다고 박지성의 득점률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공격수가 아닌 측면 자원으로서 골을 만드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더 많은 골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골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감독은 “맨유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으려면 볼 점유율이 높고 활동력이 많은 것으로만 내세울 순 없다. 최고 클럽에서 공격수는 골과 도움 등 공격포인트가 중요하다. 결정력은 대개 선천적이어서 후천적으로 개선하기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인드 컨트롤을 자주 하고. 슛 욕심을 더 끌어내며.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박지성은 호나우두나 긱스와 다르다. 그들이 가진 특징을 지나치게 요구하다 보면 정작 갖고 있는 장점을 잃을 수 있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을 살리는 게 중요할 수 있다”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대표팀과 맨유에서 박지성이 슛하는 장면에선 차이가 있다. A매치에서는 오히려 여유를 갖고 수비진의 위치를 꿰뚫고 의도한 방향으로 슛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압박이 많아 시·공간적인 여력이 없다 보니 급하게 슛을 한다. 결국 골은 타이밍 싸움인데.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슛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경험 속에서 여유가 우러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의 골이 터지면 온 국민이 환호한다. 또 그 골에는 많은 의미가 녹아 있다. ‘박지성이 골을 넣으면 맨유는 지지 않는다(7승1무)’라는 ‘파랑새’ 법칙처럼. 박지성이 어느 위치에서 어떤 동작으로 골을 폭발하는지 그의 골에 얽힌 법칙들을 추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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