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교통수단 디지털 광고 규제 완화 추진, 국내 DOOH 시장의 新성장 동력 되나
꽤 오랜 시간 ‘교통수단’을 활용한 국내 옥외광고 시장은 낡은 규제에 묶여 있었다. 1991년부터 시행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옥외광고물법)’에 따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통수단에 전기나 발광방식 조명을 사용한 디지털 광고물 부착을 금지해 온 것이다. 이는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안전을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해당 규제가 DOOH(Digital Out Of Home)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쇄도하는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정부에서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안전성과 홍보 효과 등 을 검증, 그 결과에 따라 교통수단 디지털 광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6월 ‘공항버스 LED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서비 스’의 실증특례를 받아, 공항버스 겉면에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를 달고 다양한 디지털 광고 콘텐츠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경쟁사 스마트모빌 리티미디어 역시 올해 11월부터 ‘전기버스 유리창을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 지 광고’에 대한 실증 사업을 진행, 서울시와 협업하여 투명 LED 스크린의 광고 효과와 운영 시스템의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처럼 교통수단을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사업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잇따르면서, 교 통수단이 향후 DOOH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매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 가 모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이미 ‘데이터’ 기반의 ‘DDOOH(Data-Driven OOH)’가 화두
이렇게 지난 몇 십년간 DOOH의 성장세는 디스플레이 기반의 하드웨어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논의의 중심이 차츰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데이터에 기반한 DOOH, 즉, ‘DDOOH(Data-Driven OOH)’가 새로운 화두로 부 상했으며, 이렇게 등장한 ‘DDOOH’를 두고 디지털 업계에서 더욱 반색하는 분위기다. 익히 알려졌듯이 옥외광고는 해당 광고물이 위치한 지역의 ‘유동 인구’가 중요하다. 이러한 유동 인구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이동통신사 데이터를 사용, 각 이동통신사 가입자의 접속 기지국 위치와 시간, 그리고 각종 내외부 데이터와의 결합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역 내 유동 인구 통계를 날짜 및 시간대별로 추산한다. 이를 토대로 실제 지형 위에 구획된 가상의 반경인 ‘지오펜스(Geofence, Geography+Fence)’를 생성, 각 옥외광고 매체 인근의 유동 인구를 지오펜스 단위로 분석 가공하여 광고 송출 지역 선정 및 매체 타겟팅에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작년 7월에 공개된 SK텔레콤의 ‘지오비전 퍼즐’은 가입된 휴대폰의 접 속 기지국 정보를 이용해 특정 장소의 실시간 유동 인구 정보를 수집하며, 그 외 지하 철 혼잡도, 쇼핑/여가 장소(POI) 혼잡도 등 옥외매체 선정에 용이하도록 다각도의 데 이터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손쉽게 활용 할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형태로 전달하고 있어, 광고주는 타겟 고객이 주로 밀집하는 지역과 시간에 부합하는 매체를 효율적으로 선 택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유동 인구수에 기반한 혼잡도 측정만으로 충분한 데이터 가 수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아가, 어떤 종류건 간에 보다 다양한 디지털 데이 터를 사용했다고 해서 진정 ‘디지털 옥외광고’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DDOOH의 최종 종착지는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자동화되는 ‘PDOOH(Programmatic DOOH)’, 그러나 국내에서 는 아직까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
디지털의 가치는 매체나 데이터만으로 매겨지지 않는다. 디지털의 진정한 가치는 자동화에 있으며, 실제로 디지털 광고 업계를 주도하는 PC/모 바일 광고 시장에서는 이미 실시간으로 자동화된 광고 집행 및 최적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향후에는 DDOOH 또한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기반 으로 소재 변경, 구좌 거래, 성과 측정까지의 광고 운영 프로세스 전 과정이 실시간으로 자동화되는 ‘PDOOH(Programmatic DOOH)’로 진화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왜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PDOOH’가 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 바라보는 것일까?
자동 거래 플랫폼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레거시 시스템
먼저, DOOH가 자동으로 거래되기 위해서는 광고주가 매체 효율을 최대한으로 높여 캠페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DSP(Demand Side Platform)’와 매체가 높은 단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 광고주와 연결되도록 하는 ‘SSP(Supply Side Platform)’,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네트워크들을 한데로 모아 중간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Ad Exchange’가 구축돼야 한다. 이러한 ‘Ad Exchange’에서는 보통 실시간 경매 방식인 ‘RTB(Real-Time Bidding)’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광고물이 부착된 지역 유동 인구에 따라 해당 인벤토리(광고 지면)는 실시간으로 경매에 부쳐지며, 이를 광고주에게 전달해 구매 의사를 물어보는 방식이다
여기가 바로 DOOH 자동 거래 플랫폼 구축을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다. 인벤토리의 실시간 거래는 디지털 광고 매체 및 상품에 대한 명확한 단 가 책정이 이루어졌을 때만 가능하다. PC나 스마트폰 등의 기기 내에서만 구현되는 타 디지털 매체와 비교해, DOOH는 설치된 장소, 디스플레 이 규격 및 형태 등에 따라 노출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이에 더해, 오는 12월 새로 조성될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에서는 증강현, 실, 3D 입체 착시, 키네틱 아트* 등 각종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된 옥외광고가 실행될 것으로 예정되어, DOOH 매체별 단가 책정은 더욱 복잡해 질 전망이다. 또한, 자동 거래를 위해서는 매체 및 상품 카테고리별 모두가 납득할 만한 가격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각 매체를 소유한 옥외광 고 사업자들의 합의를 하나로 모으는 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설사 이 모든 문제가 마치 마법처럼 일순간에 해소되더라도,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있다. 옥외광고물 표시(허가·신고, 변경, 연장)를 위해서는 관 련 서류 제출이 사전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 업종 광고물의 경우에는 해당 시·군·구에 설치된 옥외광고심의위원회 심의까지 거쳐야 한 다. 또한, 광고 내용을 표시하는 면적이 30㎡ 이상이면서 타사 광고를 표시하는 전광류·디지털 광고물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의뢰하는 공 공 목적의 광고 내용을 시·도 조례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표출해야 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광고 거래는 정책적으로도 어렵다.
광고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 수립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PDOOH의 구현은 광고 성과 측정을 위한 지표 수립에서도 녹록치 않다. PDOOH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점점 다양화ㆍ정교화 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집행된 광고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명확하고 통합된 기준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디지털 매체에서는 CPM(Cost Per Mille), CPC(Cost Per Click) 등의 정량적인 지표를 활용해 광고 성과를 측정한다. 하지만, 옥외광고는 인근의 유동 인구가 해 당 광고물에 노출되었는지의 여부를 수치상으로 측정하기 어려우며, 앱 사용 및 구매 이력과 같은 트래킹 데이터의 제약도 커 구매 전환율과 같 은 퍼포먼스 마케팅 관점에서의 성과 지표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 이의 대안으로, 마케팅 변수에 따른 매출과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머신러닝 등의 기술로 통계분석하는 모형인 ‘MMM(Media Mix Modeling)’이 언급되고는 있으나,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양한 만큼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 한 정량 지표 마련을 위한 연구가 아직은 더 수반되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한계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PDOOH 시장을 선도하는 ‘하이브스택(Hivestack)’이 2년 전 국내에 본격 진출, 우리나 라 시장에 PDOOH를 도입시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국내 옥외광고 시장이 글로벌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규제에 묶여 있어 아직까지는 5,000 여 개 정도의 스크린만을 확보한 상황이지만(지난해 기준), 2022년 12월 삼성동 일대에 다양한 프리미엄 스크린을 보유한 CJ CGV와 업무 협 약을 체결하는 등 제휴 파트너를 지속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디지털 광고 마케팅 시장에서 ‘프로그래매틱(Programmatic)’은 빠질 수 없는 키워드인 만큼, PDOOH의 미래를 단순히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시기상 조이다. 이에, 관련 규제의 정비 및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위해 업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DOOH! DDOOH!! PDOOH!!!”를 2024년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를 전망하는 4번째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출처 : DMC 미디어 마켓인사이트팀 박유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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