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제관계
▷개인보다 공공성 중시…‘큰 정부’의 귀환
애프터 코로나19 시대의 변화를 관통하는 화두는 세 가지. ‘탈세계화’ ‘비대면’ ‘케인스주의로의 회귀’다.
먼저 정치 부문에서는 “절차적인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과감함과 추진력을 중시하는 권위주의자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같은 권위주의 정부의 단호한 정책이 코로나19 방어에 효과적이었다는 사례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위기 때문에 지난 30년 이상의 금기를 깨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단, 한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는 투명한 정보 공개, 민주주의, 다자주의, 보편적 의료가 승리했다고 판단하고 그쪽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정치 시스템 양극화가 세계적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을 가진 국가 간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보고서는 “더 큰 정부(케인스주의)로의 대대적 전환은 이미 결정된 사실”이라고 단언한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요 정부는 매사에 개입하는 ‘전능한 존재’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양극화가 심해질 경우 힘이 세진 정부는 승자의 초과 이익을 나눠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당연히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 한국의 경우는 더할 것이다. 재난소득을 반대하던 보수 야당도 예상 외로 ‘소득 구분 없이 전 국민에게 다 주자’는 제안까지 내놨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큰 정부로의 이동은 기정사실일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의 가치는 공공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분위기 속에서 위축될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의 ‘감시사회’ 이론을 인용하며, “정부는 환자 동선을 체크한다고 스마트폰과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동선을 일반에 공개했다. 위급한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사실 엄청난 사생활 침해다. 그런데 모든 국민이 별다른 저항 없이 그런 조치를 수용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기가 막힌 걸 맛봤는데 그냥 놓기는 정말 싫을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
▷원격진료 확산…‘무조건 비대면’은 위험
경제 부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산업 간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봤다.
공연·찜질방·노래방·영화관·피트니스센터·스포츠 관람·단체여행 등 다중이용시설 타격이 불가피하고, 이미 하락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더욱 빠르게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유통업의 핵심 경쟁력이 부동산에서 물류(흐름)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간 부동산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롯데그룹의 분석이어서 더욱 의미심장한 내용이다.
외식산업은 수요가 축소되면서 안 그래도 과도했던 국내 자영업 식당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대신 할인점의 식재료 매출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지금도 급성장 중인 HMR, 밀키트 등 반조리 식품 시장이 커지고 배달 사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는가 하면 ‘친절한 배달원’ 개념도 생겨날 것이란 관측이다. 모바일 페이나 전자결제 이용이 급증하며 지폐와 동전 사용이 감소, 현금 없는 세상으로 급격한 이동이 예상된다.
단, 보고서는 “무조건 비대면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은 따뜻하지 않은, 비인간적인 측면이 문제’기 때문이다. 시장은 온라인으로 가능한 영역과 오프라인이 꼭 필요한 영역으로 양분될 것이고, 오프라인 기업은 온라인이 제공하지 못하는 강점과 매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롯데는 그룹사 대표와 임원을 대상으로 발간한 경영 지침서 ‘코로나19 전과 후(BC and AC)’를 통해 코로나19 종식 후 예상되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다양하게 짚어냈다. <롯데 제공>fh원격진료 시장의 성장도 예견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로 미뤄지고 있던 원격진료에 대한 수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료 현장에 감염의 위험이 상존하는데 지금까지 왜 작은 질환까지 굳이 대면진료를 해야 했는지에 대한 회의가 생겨나고 있다”며 의료진의 감염 예방을 돕는 의료용 협진 로봇이 푸드테크 로봇과 함께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유경제는 부문별로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우선 여행·숙박·이동과 관련된 에어비앤비, 우버의 사업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반면 배달앱이라는 플랫폼에 기반을 둔 공유주방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주 고객층의 연령대에 따라 비즈니스 기회도 달라질 전망이다. “젊은 계층이 몰리는 대형 쇼핑몰은 쉽게 부활하겠지만 고령층 중심인 서울 외곽 백화점의 몰락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회·문화
▶모든 산업에서 승자독식…실력파 전문가 인기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상당 기간 지속되며 좀 더 위생적인 생활이 몸에 밸 수밖에 없다. 면역·건강·운동 관련 수요가 증가하고 술집보다 골프장·등산·트래킹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롯데는 “보수주의적 성향이 확산되고 혐오와 경계는 반드시 증가한다”고 단언한다. 다음 단계로는 ‘희생양 찾기’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지만 사람들은 심리적 부담을 덜기 위해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찾기 시작한다. 두려움이 공격성을 올리는 것이다. 자칫 특정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으니 크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이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과 개인 모두 이익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증가하며 좀 덜 개방적이고 덜 풍요롭고 덜 자유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그간 기업이 ‘미래’ ‘혁신’ ‘변화’와 같이 기존 개념을 파괴하고 혁신하는 데 브랜드 전략의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안전’ ‘가족’ ‘지켜드린다’ ‘믿을 만하다’는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극화는 더욱 강화돼 모든 산업 내에서 승자독식 현상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대학과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수의 강의와 목사의 설교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학생과 신도는 다른 강의·설교와 비교하게 되고, 이는 실력이 입증된 전문가로의 쏠림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대응이 애프터 코로나19 시대의 리더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 결론 내린다. “지금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기억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이번 위기에서 체질(원가 경쟁력 강화)을 바꾸고 살아남은 기업에는 엄청난 기회가 온다”며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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